적자에도 멈추지 않은 확장
2026년 1분기, 쿠팡은 266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8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했지만, 결과는 적자였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이런 시기에 몸을 움츠린다. 신규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깎고, 다음 분기 흑자 전환을 약속한다. 그러나 쿠팡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시기, 대만에 네 번째 스마트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적자를 내면서 해외에 창고를 더 짓는 회사. 표면만 보면 비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도박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한국 이커머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반대의 전략을 펴는 또 다른 거인, 아마존이 서 있다.

일본에서 무너지고 대만에서 솟아오르다
이 도박을 이해하려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쿠팡은 2021년 6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빠른 배송 모델을 들고, 자신감 넘치게 도쿄에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쌌다. 일본 소비자는 이미 촘촘한 편의점 네트워크와 기존 이커머스에 익숙했고, 쿠팡의 빠른 배송이라는 무기는 그곳에서 결정적 차별점이 되지 못했다.
같은 시기, 쿠팡은 또 다른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2022년 10월, 대만에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일본과 정반대였다. 대만에서 쿠팡은 쇼핑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고, 2023년에는 두 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열었다. 한 시장에서는 무너지고, 다른 시장에서는 솟아올랐다. 이 극명한 차이가 쿠팡의 글로벌 전략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백화점식 동시 확장이 아니라, 통하는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었다.

직접 배송과 판 빌려주기, 두 개의 지도
여기서 진짜 흥미로운 비교가 시작된다. 쿠팡과 아마존은 같은 아시아 시장을 노렸지만, 전략의 뿌리가 완전히 달랐다.
쿠팡은 물류를 직접 소유한다. 창고를 짓고, 트럭을 굴리고, 비행기 첫 편에 상품을 실어 다음 날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대만에서 쿠팡 로켓직구는 690 대만달러, 우리 돈 약 2만 9천 원 이상만 구매하면 한국발 첫 비행편을 통해 무료로 익일 배송된다. 모든 과정을 자기 손으로 통제하는 수직 통합 모델이다.
반면 아마존은 판을 빌려준다. 싱가포르를 동남아의 물류와 기술 관문으로 삼아, 수십만 명의 셀러가 알아서 시장을 넓히게 만드는 마켓플레이스 방식이다. 아마존 자신은 무대만 깔고, 그 위에서 셀러들이 경쟁하고 거래한다. 한쪽은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고, 다른 쪽은 생태계를 설계한다. 같은 목적지를 향한 두 개의 전혀 다른 지도였다.

적자의 진짜 의미를 숫자로 읽다
그렇다면 쿠팡의 적자는 실패의 신호일까.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쿠팡은 2026년의 세금 부담률을 75%에서 80% 수준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인 기업 세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 높은 이유는 명확하다. 대만과 일본의 초기 단계 사업이 손실을 내고 있어, 연결 기준에서 이 손실이 세금 혜택으로 상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적자의 상당 부분이 해외 투자에서 비롯된 의도된 손실이라는 뜻이다. 국내 사업은 이미 흑자 기반을 단단히 다졌고, 거기서 나온 현금을 새로운 시장에 공격적으로 쏟아붓고 있는 구조다. 이는 과거 아마존이 오랫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와 클라우드에 투자해 결국 거대한 해자를 구축한 방식과 닮아 있다. 표면의 적자 숫자만 보고 위기를 논하기에는, 그 안의 의도가 너무나 분명했다.

왜 적자를 감수하며 직접 배송을 고집하는가
쿠팡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물류를 고집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한 번 깔아둔 배송망은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익일 무료배송을 실현하려면 한국에서 항공편에 상품을 실어 보내고, 현지에 여러 개의 스마트 물류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쿠팡이 대만에 네 번째 물류센터까지 가동한 것은 바로 이 속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 인프라를 흉내 내려는 경쟁자는 똑같이 수년간 창고와 항공 물류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야 한다. 그동안 쿠팡은 이미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는다.
아마존이 셀러를 모아 빠르게 시장을 넓히는 동안, 쿠팡은 천천히 그러나 깊게 뿌리를 내렸다. 느린 듯 보이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좀처럼 뽑히지 않는 전략이다. 단기 효율보다 장기 통제력을 택한 셈이다.

동남아, 두 거인이 충돌할 거대한 전장
이제 두 거인이 진짜로 충돌할 무대를 보자.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은 2026년 2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2%에 달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 시장에서 싱가포르는 물류와 기술의 관문 역할을 한다. 거대한 인구, 빠르게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 그리고 아직 절대 강자가 정해지지 않은 시장 구도. 이미 이곳에는 쇼피, 라자다, 틱톡 숍 같은 강력한 현지 및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틱톡 숍은 짧은 영상과 쇼핑을 결합하며 기존 쇼피와 라자다의 양강 구도를 흔드는 파괴적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런 거대한 성장 시장을 아마존도, 쿠팡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마존의 셀러 제국이라는 무기
아마존의 동남아 전략을 이끄는 핵심은 결국 셀러 생태계다. 아마존은 베트남을 2026년까지 동남아의 이커머스 수출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조 강국이던 베트남을 디지털 무역 국가로 전환시키겠다는 큰 그림이다.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2024년 동남아에서 아마존에 새로 입점한 셀러 수는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아마존은 자기 트럭을 굴리거나 모든 창고를 직접 짓는 대신, 수십만 명의 셀러가 알아서 시장을 넓히게 만들었다. 이것이 아마존이 수십 년간 다듬어온 무기다. 자신은 무대를 깔고, 셀러들이 그 위에서 돈을 벌어다 주는 구조다. 초기 투자 부담이 가볍고, 일단 생태계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흔들리지 않은 경영진의 자신감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쿠팡 경영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적자를 묻는 투자자들 앞에서 그들은 오히려 해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대만과 일본에서의 성장 전망에 대해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적자의 원인이 통제 불가능한 시장 붕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투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손실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영진의 태도였다. 이런 메시지는 투자자에게 적자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

두 전략의 비용 구조를 나란히 놓다
두 회사의 전략을 비용 관점에서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쿠팡의 직접 물류 모델은 초기 투자 비용이 압도적으로 높다. 창고와 항공 물류, 인력에 막대한 돈이 먼저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 모델은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셀러와 파트너가 분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쿠팡은 한번 깔아둔 배송망에서 갈수록 큰 단위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량이 늘수록 배송 한 건당 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반면 아마존은 셀러 수수료와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라, 통제력 면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결국 단기의 가벼움을 택할 것인가, 장기의 해자를 택할 것인가. 같은 시장을 두고 두 회사는 시간이라는 축에서 정반대 방향에 베팅했다.

적자 아래에서 흔들리지 않은 진짜 자산
적자라는 표면 아래에서, 쿠팡의 진짜 자산은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지난 분기 데이터 사고로 이탈했던 와우 멤버십 회원의 거의 80%가 4월까지 돌아왔다. 이탈률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안정됐다.
사고로 떠난 고객의 대부분이 단 한 달여 만에 돌아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쿠팡의 서비스가 그만큼 대체하기 어렵다는 증거다. 한번 쿠팡의 빠른 배송과 통합된 멤버십 혜택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일시적인 불만으로 떠났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온다. 경쟁사가 아무리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아도, 이미 일상에 깊이 스며든 편의를 한순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이 끈끈한 충성도야말로 직접 물류 전략이 만들어낸 진짜 결실이며, 적자라는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쿠팡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마치며: 같은 시장, 정반대의 미래
쿠팡은 직접 비행기를 띄우고, 아마존은 판을 빌려준다. 한쪽은 적자를 감수하며 모방하기 어려운 해자를 파고, 다른 쪽은 가볍게 무대를 넓혀 셀러들의 힘으로 시장을 키운다. 둘 중 어느 길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시간의 축 위에서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같은 아시아 시장을 두고 두 거인이 전혀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쿠팡이 직접 물류라는 무거운 무기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동안, 아마존은 수십 년간 다듬어온 생태계 모델로 같은 땅을 노린다.
흥미로운 점은, 두 모델 모두 약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쿠팡의 직접 물류는 막대한 고정비를 안고 가야 하며, 만약 특정 시장에서 충분한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일본에서처럼 빠르게 철수해야 하는 위험을 떠안는다. 반대로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는 셀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통제력이 약해, 틱톡 숍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점유율을 잠식당할 수 있다. 결국 두 회사가 선택한 길은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결과다. 쿠팡은 운영 효율과 속도를, 아마존은 생태계와 확장성을 무기로 삼았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적자를 감수하고 직접 길을 깔겠는가, 아니면 남의 길을 빌려 빠르게 달리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가올 10년의 이커머스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