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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8억 달러를 거절한 퓨리오사AI, 백준호는 왜 1조 원을 포기했나

메타의 8억 달러를 거절한 퓨리오사AI, 백준호는 왜 1조 원을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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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을 거절한 스타트업

2025년 3월, 한국의 한 작은 스타트업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기술 기업 중 하나인 메타가 8억 달러, 한국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인수 제안을 내밀었는데, 그 회사가 이를 거절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금액이 당시 회사의 추정 가치인 8천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다. 보통의 스타트업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퓨리오사AI의 창업자 백준호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지키려 한 것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이 글은 한 한국 스타트업이 왜 거대한 현금 대신 위험한 독립을 선택했는지, 그 결정의 안쪽을 따라간다. 단순한 거절의 미담이 아니라, 가격과 가치가 어떻게 다른 단어인지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사례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지금, 이 거절은 한 회사의 운명을 넘어 산업 전체의 흐름을 읽는 단서가 된다. 거대 기업이 모든 것을 흡수하던 시대에, 작은 회사가 독립을 무기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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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AMD를 나온 엔지니어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은 퓨리오사AI의 창업자 백준호다. 그는 원래 삼성전자와 AMD에서 반도체를 설계하던 엔지니어였다. 세계적인 대기업 안에서 칩을 만들던 그는,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17년 자신의 이름을 건 스타트업을 세웠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가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에 의존했고, 그 의존도는 해마다 깊어지고 있었다. 이런 시장에 작은 한국 회사가 칩 하나로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았다.

그러나 백준호에게는 한 가지 분명한 믿음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커질수록, 모델을 학습시키는 일보다 학습된 모델을 실제로 쓰는 일, 즉 추론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론에는 학습과 다른 종류의 칩이 필요했다. 거대하고 비싼 만능 칩이 아니라, 작고 효율적인 전용 칩의 시대가 온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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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보이에서 레니게이드까지

퓨리오사AI는 처음부터 거대한 칩을 만들지 않았다. 첫 번째 칩의 이름은 워보이였다. 작지만 효율이 높은 추론용 반도체로, 회사의 기술이 허상이 아님을 증명한 첫 결과물이었다. 워보이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회사는 두 번째 칩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칩의 이름은 레니게이드, 코드명으로는 RNGD라고 불렀다. 이 칩은 대만 TSMC의 5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조되었고,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를 얹어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의 메모리 기술과 대만의 제조 기술이 한 칩 위에서 만난 셈이다.

핵심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었다.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산을 해내느냐, 즉 전력당 효율이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기 요금이었다. 인공지능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가 먹어치우는 전력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같은 일을 더 적은 전기로 해내는 칩은, 단순히 빠른 칩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작은 스타트업이 던진 승부수는 바로 이 효율이라는 한 점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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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증명한 효율

퓨리오사AI의 주장은 곧 숫자로 증명되었다. LG의 인공지능 연구 조직이 자체 개발한 거대 언어 모델을 이 칩 위에서 직접 돌려보았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그래픽 처리 장치와 비교했을 때, 전력당 추론 성능이 2.25배 높게 나온 것이다.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데이터센터용 칩과 비교했을 때, 전력당 성능이 무려 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같은 전기를 쓰고도 세 배의 일을 해낸다는 뜻이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마케팅 자랑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업들이 왜 이 작은 한국 회사를 주목하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열쇠였다.

특히 LG 같은 대기업이 직접 자사의 핵심 모델을 검증대에 올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업이 자체 인공지능을 외부 스타트업의 칩 위에서 돌려본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을 신뢰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효율이라는 한 점에 모든 것을 걸었던 백준호의 도박은, 이 순간 비로소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추론에 특화된 칩이 실제로 돈이 되는 영역임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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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찾아온 4개월

효율이라는 무기가 알려지자, 거인이 움직였다. 메타는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를 돌릴 반도체가 절실했다. 메타는 매년 엔비디아에 수십조 원을 지불하고 있었고, 이 거대한 비용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메타는 칩을 사는 대신, 칩을 만드는 회사 자체를 통째로 사들이기로 했다.

2025년 초, 양측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메타가 제시한 금액은 8억 달러였다. 한국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액수였고, 당시 퓨리오사AI의 추정 가치였던 8천억 원을 크게 웃도는 제안이었다. 협상은 약 4개월간 이어졌다. 업계의 많은 사람이 이 거래가 곧 성사될 것이라고 보았다. 작은 스타트업에게 이보다 더 좋은 출구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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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멈춘 진짜 이유

그런데 협상은 끝내 깨졌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결렬의 원인이 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인수 이후의 사업 방향과 조직 구조를 두고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메타의 일부가 되는 순간, 퓨리오사AI는 더 이상 독립된 칩 회사가 아니게 된다. 한 거대 기업의 한 부서, 메타의 내부 칩을 만드는 조직으로 흡수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어떤 칩을 만들지, 어떤 고객에게 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백준호의 생각은 분명했다. 회사의 오랜 목표를 지키려면,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격은 합의되었지만, 회사가 나아갈 방향은 합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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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대신 독립을 택한 대가

거절은 곧 막대한 위험을 의미했다. 인수를 받아들였다면,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은 즉시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수년간의 노력이 한 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반면 독립을 택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칩 양산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반도체 사업은 자금이 끊기는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춰 서는 분야다. 칩 하나를 설계하고 양산하는 데는 수천억 원이 들고, 그 돈이 마르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라진다. 게다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빅테크와 경쟁하면서, 외부의 도움 없이 독자 생존의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안전한 길은 분명히 인수였다. 위험한 길은 독립이었다. 그런데 백준호는 더 위험한 쪽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무모한 객기였는지 깊은 통찰이었는지는, 그 뒤의 결과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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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이후, 스스로 마련한 자금

그렇다면 백준호의 도박은 어떻게 됐을까. 거절로부터 몇 달 뒤, 회사는 1억 2500만 달러의 새로운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시리즈C 투자로 회사가 모은 총 자금은 2억 4600만 달러에 이르렀고, 회사의 평가 가치는 7억 3500만 달러로 매겨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투자자 명단이었다.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 금융기관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한 벤처 투자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이 회사의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거대 기업에 팔리는 대신, 퓨리오사AI는 독립을 지키면서도 양산으로 가는 자금을 스스로 마련했다. 메타의 거절은 끝이 아니라, 회사의 다음 장을 여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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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엔비디아 사이에서

투자만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실제 고객도 움직였다. LG의 인공지능 연구 조직은 자체 거대 언어 모델을 퓨리오사AI의 칩 위에서 돌리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 사업에 칩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첫 대형 고객인데, 퓨리오사AI는 그 관문을 통과했다.

업계의 분석도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칩 한 종류가 학습과 추론을 모두 담당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추론에 특화된 효율적인 칩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였다. 엔비디아라는 거인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 거인의 그늘 아래에서, 전력 효율이라는 좁은 틈을 파고든 작은 회사가 실제 매출을 만들기 시작했다. 백준호가 거절했던 그 메타조차, 결국 자체 칩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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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가치는 다른 단어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왜 사람은 확실한 1조 원을 거절할까. 백준호의 선택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가격과 가치는 전혀 다른 단어라는 사실이다.

메타가 제시한 8억 달러는 회사의 오늘 가격이었다. 그러나 백준호가 지키려 한 것은 회사가 앞으로 도달할 미래의 가치였다. 인수를 받아들이는 순간, 회사는 자신의 칩이 아니라 남의 칩을 만드는 조직이 된다. 그가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 것은 돈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였다. 창업가에게 그 권리는 때때로 1조 원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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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거절이 만든 질문

퓨리오사AI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산이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이 앞에 남아 있고, 엔비디아라는 거인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거대하다. 이 거절이 신의 한 수였는지, 아니면 무모한 객기였는지는 결국 시간이 답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장 큰 제안을 거절한 바로 그 순간, 이 작은 회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었다. 누군가의 부서가 아니라 자신의 방향을 가진 회사로 남은 것이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가장 비싼 가격표로 측정한다. 그러나 백준호의 이야기는, 어떤 가치는 가격표 밖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묻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라면, 확실한 1조 원과 불확실한 독립 중 무엇을 손에 쥐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퓨리오사AI의 거절이 우리에게 남긴 진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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