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가 헐값이 되기까지
5억 8천만 달러였던 세계 1위 소셜 네트워크가, 단 6년 만에 3500만 달러에 팔렸다. 몸값의 94%가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수억 명이 모여든 인터넷 최대의 광장이 있었다. 바로 마이스페이스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음악을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그런데 그 거대한 광장은 순식간에 텅 비어 버렸다. 인터넷에서 가장 붐비던 공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유령 도시가 되었을까. 마이스페이스의 몰락은 지금까지도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른 추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이야기는 규모와 인기가 결코 영원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를 표현하는 공간의 탄생
2003년, 인터넷에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다. 바로 마이스페이스였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마음껏 꾸밀 수 있었다. 배경 색을 바꾸고, 좋아하는 음악을 깔고, 사진을 원하는 대로 배치했다. 특히 무명의 밴드들에게 마이스페이스는 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무대가 되어 주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서로의 페이지를 구경하며 밤을 새웠다. 온라인에서 나를 표현한다는 개념을 마이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대중화한 것이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이 개념이,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였다. 남의 소식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내 취향과 개성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처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순식간에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붐비는 인터넷 공간이 되었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의 첫 번째 친구, 톰
마이스페이스를 상징하는 얼굴은 공동 창업자 톰 앤더슨이었다. 그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유명해졌다. 누구든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하면, 톰이 자동으로 첫 번째 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톰은 세상에서 가장 친구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의 환하게 웃는 사진은 마이스페이스 그 자체를 상징했다. 앤더슨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자유분방함이 초기 마이스페이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훗날, 바로 그 자유가 회사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자유로운 꾸미기는 개성을 뽐내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페이지를 무겁고 어수선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3년 만의 추락
마이스페이스의 흥망은 놀랍도록 빠르게 펼쳐졌다. 2003년 서비스가 처음 문을 열었다. 2005년에는 언론 재벌 뉴스 코퍼레이션이 5억 8천만 달러에 이 회사를 사들였다. 2008년, 마이스페이스는 월 방문자 1억 1500만 명을 기록하며 화려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바로 이듬해인 2009년, 페이스북이 미국 방문자 수에서 마이스페이스를 추월했다. 그리고 2011년, 한때 세계 1위였던 이 제국은 고작 3500만 달러에 팔려 나갔다. 정점에서 바닥까지, 채 3년도 걸리지 않은 추락이었다. 이 속도는 당시 인터넷 업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영원할 것 같던 1위 자리가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이스페이스가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마이스페이스가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시점이 오히려 방문자 수가 정점을 찍은 직후였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가장 화려하게 빛나던 순간에, 이미 안에서는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조용히 참고 있었을 뿐, 마음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셈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라는 대안이 등장하자, 그 이탈은 눈사태처럼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정점의 위세
정점의 마이스페이스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2008년 월 방문자 수는 1억 1500만 명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구글보다 더 많은 방문을 기록한 날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왕관은 온전히 이곳의 차지였다.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도 마이스페이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수많은 무명 가수가 바로 이곳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고, 일부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마이스페이스는 단순한 친목 공간을 넘어, 새로운 음악과 문화가 태어나는 발신지였다. 그만큼 이곳의 몰락은 단지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가 저무는 사건이기도 했다.

광고가 즐거움을 밀어낸 순간
2005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마이스페이스를 5억 8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로서는 인터넷 기업 인수 사상 손꼽히는 큰 금액이었다. 머독은 이 젊은 서비스에서 거대한 광고 수익을 기대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새 주인은 사용자 경험보다 광고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성장은 충분하니 이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조직을 짓눌렀다. 페이지는 광고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사용자들이 느끼던 즐거움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수익이 앞선 결정이었다. 사용자들이 떠나면 광고 수익도 결국 사라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회사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사용자와 수익의 관계는 눈앞의 장부처럼 단순하지 않다. 사용자가 즐겁게 오래 머물러야 광고도 힘을 얻는데, 그 즐거움을 광고로 밀어내 버리면 결국 둘 다 잃게 된다. 마이스페이스는 당장의 광고 매출을 늘리려다, 그 광고를 받쳐 주던 사용자라는 토대 자체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씨앗을 심을 밭을 팔아 오늘의 곡식을 산 셈이었다. 이 조급한 선택은 훗날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된다.

화려한 혼란과 편안한 단정함
같은 시기, 페이스북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마이스페이스는 화려함과 자유를 앞세웠다. 사용자마다 페이지 모습이 제각각이었고, 반짝이는 배경과 요란한 음악이 넘쳐 났다. 하지만 그만큼 페이지는 느리고 어수선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철저히 단순함을 고집했다. 모두가 똑같이 깔끔한 화면을 썼고, 실명을 원칙으로 삼았다. 지저분한 자유 대신, 믿을 수 있는 질서를 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화려한 혼란보다 편안한 단정함을 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실명 기반의 신뢰는 사람들이 더 진솔하게 소통하도록 이끌었고, 이는 마이스페이스가 끝내 따라잡지 못한 결정적 차이가 되었다.

무너진 세 가지 이유
마이스페이스가 무너진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어수선한 페이지다. 지나친 꾸미기 자유는 페이지를 느리고 복잡하게 만들었고, 광고와 스팸까지 넘쳐 났다. 두 번째는 수익에 쫓긴 조급함이다. 새 주인은 제품을 개선하기보다 광고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세 번째는 멈춰 버린 혁신이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같은 새로운 기능을 잇달아 선보이는 동안, 마이스페이스는 낡은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세 가지 약점이 겹치자, 사용자들은 조용히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 갔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한번 떠난 사용자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머독의 후회
세월이 흐른 뒤, 마이스페이스를 사들였던 루퍼트 머독은 그 인수가 완전히 실수였다고 짧게 후회를 남겼다. 세계적인 언론 재벌조차 스스로 인정한 실패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뉴스 코퍼레이션이 마이스페이스를 잘못 경영했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인터넷 서비스에 낡은 방송사의 방식을 억지로 씌운 것이 문제였다. 방송사는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에게 내보내는 데 익숙했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사용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이었다. 이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경영은 번번이 헛발질을 했다. 새 주인은 마이스페이스를 하나의 방송 채널처럼 다루려 했지만, 사용자들은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를 원했다. 통제하려 할수록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꼈고, 그 답답함은 곧 이탈로 이어졌다. 결국 회사는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잃고,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까지 함께 날렸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어도, 한번 떠난 사용자와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유령 도시가 된 광장
마이스페이스의 몰락을 가장 생생하게 느낀 것은 오래된 사용자들이었다. 광고는 늘어나는데 새로운 재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한 초창기 사용자는 어느 날 문득 둘러보니 친구들이 전부 페이스북으로 떠나 있었다고 회상했다.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남아 있을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텅 비어 가는 공간에 홀로 남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가치는 결국 그곳에 누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처럼, 사람이 빠지면 남은 사람도 함께 빠져나간다. 그렇게 발길이 끊기면서, 한때 가장 붐비던 광장은 유령 도시로 변해 갔다. 한때 수억 명이 북적이던 공간이 텅 비어 가는 모습은, 남은 이들에게 더욱 쓸쓸하게 다가왔다. 화려했던 과거가 크면 클수록, 텅 빈 현재의 적막은 훨씬 더 깊고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광장은 왜 그토록 빨리 비었을까
마이스페이스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미래를 가장 먼저 연 개척자였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서로 연결되는 즐거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미래를 끝내 완성한 것은 마이스페이스가 아니었다. 눈앞의 광고 수익에 매달리는 사이, 사용자의 마음은 이미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마이스페이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지키는 힘은 결국 돈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관심이라는 것이다. 사용자를 수익의 수단으로만 보는 순간, 그 사용자는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가장 붐비던 광장은 왜 그토록 빨리 텅 비어 버렸을까. 그 답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서비스가 마주하고 있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마이스페이스가 사라진 자리에서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그 뒤로도 수많은 소셜 서비스가 명멸을 거듭했다. 언제나 사용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서비스가 살아남았고, 눈앞의 수익을 앞세운 서비스는 조용히 잊혀 갔다. 마이스페이스의 잃어버린 광장은, 그 냉정한 법칙을 가장 먼저 증명한 무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