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에서 4,500만 달러까지
2019년 1월, 위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었다. 기업가치 470억 달러. 소프트뱅크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창업자 아담 뉴먼은 세계 경제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4년 4개월 뒤인 2023년 11월 6일, 위워크는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 당시 기업가치 4,500만 달러. 최고점의 0.1%였다. 부채 190억 달러, 자산 150억 달러. 소프트뱅크는 약 115억 달러의 주식 손실을 입었다(Fortune, 2023-11-08).

위워크의 전성기 — 커뮤니티 회사라는 스토리
위워크는 2010년에 설립되었다. 건물 전체 임대 계약을 맺고 더 작은 단위로 재임대하는 공유오피스 사업이었다. 아담 뉴먼의 비전은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갔다. 그는 위워크를 부동산이 아닌 ‘커뮤니티 회사’로 정의했다. 공간이 아닌 연결과 에너지를 파는 것이라고 했다. 이 스토리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프트뱅크 마사요시 손은 뉴먼과 12분간 대화하고 44억 달러를 투자했다. 12분에 44억 달러였다.

IPO 실패 — 첫 번째 균열
2019년 8월, 위워크는 IPO를 위한 사업설명서(S-1)를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서류를 읽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장기 임대 부채 470억 달러 이상. 수익 18억 달러, 손실 19억 달러.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였다. 아담 뉴먼이 회사에 건물을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는 이해충돌 문제도 드러났다. 자신이 소유한 ‘We’라는 이름을 회사에 590만 달러에 팔기도 했다. 기업가치 목표는 470억에서 150억 달러로 떨어졌고 IPO는 연기되었다. 뉴먼은 CEO에서 물러났다.

코로나 — 비즈니스 모델의 치명적 약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위워크의 사업 모델에 치명타를 날렸다.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공유오피스 수요는 증발했다. 그러나 위워크의 비용은 줄지 않았다. 건물주와 10년, 20년짜리 장기 임대 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떠나도 임대료는 내야 했다. 단기로 받고 장기로 지불하는 구조의 위험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프트뱅크는 추가 투자를 철회했고, 위워크는 직원 절반 이상을 해고했다.

2023년 파산 — 예고된 결말
2023년 8월, 위워크는 ‘계속 기업 존속 의심’ 경고를 발표했다. 파산이 임박했다는 신호였다. 주가는 하루 만에 20% 이상 떨어졌다. 2023년 11월 6일, 위워크는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 190억 달러, 자산 150억 달러. 소프트뱅크는 약 115억 달러 주식 손실과 22억 달러 부채 리스크를 안게 되었다. 마사요시 손의 44억 달러 베팅은 세계 최대 스타트업 투자 손실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아담 뉴먼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위워크가 파산했지만 아담 뉴먼은 17억 달러의 재산을 유지했다(Bloomberg Billionaires Index, 2023). CEO 퇴임 시 비경쟁 계약 해제 대가 약 5억 달러 협상. SPAC 거래 과정에서 약 7억 7천만 달러 현금화. 자신이 만든 회사가 무너지기 전에 현금화를 완료한 것이다.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손실을 외부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였다. 일반 투자자들이 마지막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동안 내부자들은 이미 빠져나간 것이었다.

뉴먼의 다음 챕터 — Flow
2022년 8월, 아담 뉴먼은 공유주거 스타트업 Flow를 발표했다. a16z(Andreessen Horowitz)가 출범 전에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위워크 파산의 창업자에게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사업에 3억 5천만 달러가 투자된 것이었다. 2025년 Flow의 기업가치는 약 25억 달러로 올랐다. 아담 뉴먼은 위워크 붕괴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신뢰를 잃지 않았다(CNBC, 2023).

위워크가 남긴 4가지 교훈
첫째, 스토리가 숫자를 앞서면 결국 현실이 따라잡는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성은 위기에 증폭된다. 단기로 받고 장기로 지불하는 구조는 경기 침체나 외부 충격에 치명적이다. 셋째, 창업자 숭배는 검증을 대체하지 못한다. 소프트뱅크의 12분 투자 결정이 수십억 달러 손실로 이어졌다. 넷째, 창업자와 투자자의 인센티브 불일치를 주의해야 한다. 창업자는 회사가 무너지기 전에 현금화할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마지막에 손실을 떠안는다.

마치며 — 거품은 언제나 있었다
위워크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금융 위기, 2019년 위워크.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때마다 흥분과 과잉 투자, 그리고 현실의 반격이 나타났다. 다음 위워크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 어딘가에서 스토리로 수백억 달러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 언제 흑자가 되는지,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소프트뱅크의 역할 — 과잉 자본이 만든 거품
위워크 버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소프트뱅크였다. 마사요시 손은 ‘비전 펀드’를 통해 전 세계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위워크에 투자한 44억 달러는 그 중 하나였다. 비전 펀드의 전략은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에 경쟁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자본을 투하해 독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전략은 일부 성공했지만, 위워크에서는 실패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회사에 자본을 쏟아부으면, 자본은 그 회사의 수명을 연장할 뿐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에서 약 1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비전 펀드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
공유오피스 시장의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위워크가 파산한 이후에도 공유오피스 시장 자체는 살아남았다. 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유연한 오피스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IWG(Regus 모회사), Convene 같은 경쟁사들이 위워크가 남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차이점은 이들이 위워크처럼 과도한 장기 임대 계약에 의존하지 않는, 더 보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옳았지만, 실행 방식과 재무 구조가 틀렸던 것이었다.
비전 펀드 이후 — 스타트업 투자의 변화
위워크 파산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투자 방식 전체에 대한 비판을 촉발했다. 수익성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블리츠스케일링 전략, 경쟁자를 자본력으로 압도하는 방식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없다는 교훈이었다. 실제로 2021-2022년 이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급변했다. 고금리 환경과 함께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성장보다 수익성’이 새로운 스타트업 평가 기준으로 부상했다. 이 변화는 부분적으로 위워크 같은 실패 사례에서 배운 결과였다.
공유경제의 현실 — 공유는 공유, 부동산은 부동산
위워크 사례는 ‘공유경제’라는 프레임이 비즈니스 모델의 실체를 가릴 수 있다는 교훈도 남겼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산 경량화된 숙박 중개 플랫폼이다. 우버는 이동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반면 위워크는 부동산을 ‘공유’한다는 프레임을 썼지만 실제로는 장기 임대 계약과 단기 재임대 사이의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사업이었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이 부동산 리스크를 가린 것이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처음에 놓쳤던 핵심이었다.